문화 알 지/책 알 지

<문해력 공부>를 읽고 - ‘나’를 읽을 수 있도록

치대딩 2022. 10. 3. 15:52







그들은 내가 앞에 언급한
“문해력을 자기 삶에 장착하는 방법”
을 알고
이미 이런 삶을 살고 있었다.

<문해력 공부> 중 7p





당신도 스스로를 위한 메시지를 찾아라.
그 메시지가 당신을 결론만 추구하는 삶을
살지 않도록 도울 것이다.
다시 말해, 당신이 원하는
진짜 인생을 살게 해줄 것이다.

<문해력 공부> 중 80p





 


문해력이 뭐길래



처음에는 제목에 이끌렸다. 읽기 능력을 향상시키고자 독서를 성실히 실천하고 있는 나에게 문해력을 공부한다는 제목의 책은 꽤 흥미롭게 다가왔다. 나는 문해력을 정확히 “문장을 해석하는 능력”이라고 받아들였다. 주어진 문장 하나하나를 어떻게 하면 더 잘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게 내가 이
책을 읽는 주요한 목표였다. 문해력을 키우면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향상될 것이고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했다.

하지만 이내 내 생각은 틀렸음을 깨달았다. 오히려 부끄러워졌다.





작가님이 의도한 문해력은 단순이 문장에 그치지 않았다. 글을 꼼꼼히 읽어보았을 때 이를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단지 글 한 문장을 잘 읽고 이해하기 위해 이 책을 쓴 게 아님을.

작가님이 말한 ‘문해력’은 단지 ‘문장을 해석하는 능력’이 아닌 ‘문장 너머를 해석하는 능력’임을.




 

부끄러움을 발판 삼아


‘문장’이 아닌 ‘문장 너머’를 보아야 한다는 생각은 지난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글자의 조합에 불과한 문장만을 빨리 읽고 이해하려는 생각만 했었다. 그 너머의 의미는 고려하지 않고 단지 그 자체만을 이해하면서 “나는 깊이 사색하며 이 텍스트를 이해했어.” 라고 여겼다. 얼마나 부끄러운 일일까…




문장을 읽을 때 항상 문장 자체의 의미만을 생각하는 습관이 있다. “이 문장에는 어떤 게 주어고, 어떤 게 서술어이며 구조는 대조 구조이다.” 라며 고등학교 때 비문학을 분석하며 읽던 습관을 아직 버리지 못했다.

이런 습관은 분명 주어진 지문을 토대로 문제를 풀 땐 효율적이다. 그러나 이것이 과연 문장을 읽는 궁극적인 목적일까? 시험이라는 틀에 벗어나서 읽는 글은 과연 그 목적이 무엇일까?

옛, 그리고 오늘날 사람들이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나도 이에 대해 대체로 동의하는 편이다. 그러나 자신만의 분명한 목적이 없는 독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책을 통해 꼭 뭔가를 얻어내고 깨달아야만 하는 목적 독서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글을 읽고, 그 내용을 이해하며 행복을 얻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중요한 건 ‘나‘라는 존재가 주체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나’라는 존재,


그동안 내가 해온 문해 활동은 결코 ‘나’를 위한 활동이 아니었다. 학교 과제때문에, 시험때문에… ‘나’라는 주체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리고 온전히 ‘나’가 주체가 되어 해온 문해 활동이 얼마나 가치 있고 의미 있는 활동인지 알지도 못했다.

무지는 부끄러운 게 아니지만, 알고 났을 때 물밀듯이 느껴지는 부끄러움은 항상 상상을 초월한다. 언어를 단지 문자로서만 이해하고 그 너머의 내용에 집중하지 못했던 내 자신, 그리고 그 너머의 내용을 이해하는 행위의 즐거움을 알지 못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언어는 맥락이 있고, 그 맥락 너머에는 상황이 펼쳐져 있다. 그 상황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설령 그게 그 글을 작성한 사람의 의도는 아닐지라도, 내가 주체가 되어 언어에 담긴 상황에 다가가는 건 어떨까.

언어의 맥락을 통해 상황을 간파하고, 그 상황에 대한 나의 생각은 온전히 내가 주인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언어는 분석의 대상이 아니고 구조에 얽매여 있지도 않다. 언어의 체계화에 익숙해진 나머지 본질에 대해 접근할 생각을 못했었다.




나의 문해력을 키우고 싶다. 그 누구의 문해력도 아닌 ‘나의 문해력’. 사실과 의견을 구분해서 객관적인 사실은 그 사실대로 받아들이겠다. 나의 생각과 다른 사실은 겸손하게 받아들일 준비도 되어있다. 이러한 사실을 제쳐두고 우선 ‘나의 문해력’을 가꾸고 싶다. 어떤 문장, 어떤 상황을 마주쳐도 ‘나’라는 존재를 통해 바라보고 싶다. 그것이 진정한 문해력 공부가 아닐까?

‘나’라는 존재, 아직 많이 부족하고 틀린 것도 많지만 그만큼 깨달은 것도 많고 무언가를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도 준비되었다. <문해력 공부>는 문해력으로부터 시작해서 ‘나’라는 존재로 귀결된다. 삶을 살아가며 나에 대한 확신이 없어질 때 이 책을 다시 찾을 것만 같다.